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쓰는 지금, 조금 긴장하지 않을수 없을 것 같다.
본래 글도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인데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깊이 느껴졌던 슬픔과 고통의 기운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무거운 기분을 적어본적은 없었지만 또한 이만큼 후련한 글도 별로 읽어본적이 없어서 용기내어 글을 적어본다.
내가 워낙 가벼운 책만 봐서 인가?
중후반부에 나오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마에카와 다다시의 죽음에 이르러서는 지하철 객실에 앉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다가 눈물이 흘러 나올뻔 했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눈물을 쥐어짜기 위해 이리저리 뻔한 눈물 장치들을 동원한 책은 아니다.
작가는 지독한 결핵으로 인해 기브스침대( 온몸을 못움직이게 고정시킨 침대 )에 누워 고개도 돌리지 못하는 생활을 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구원의 기쁨과 삶의 행복을 전해주기 위해 힘쓰는 인물이다.
자살까지도 시도했던 젊은 날과는 다르게 정작 온 몸이 병마에게 철저하게 짓밟힌 투병중의 삶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을수 있었던 것은 남자친구 마에카와 다다시가 전해준 기독교 신앙을 통한 인격적 경험과 남자친구의 깨끗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이 그 바탕이었던것 같다.
본래 병원이라는 곳에 장기 입원을 하게 되면 아무리 긍정적인 사람이라 해도 우울증에 빠지기 마련이다.
본인은 12년이라는 긴 시간을 침대에 누워 온 몸을 꼼짝 못하면서도 삶의 희망을 잃고 자포자기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다.
교도소에 수감되어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사형수들을 위해 편지를 보내는 일을 하며, 또 이 일을 통해 오히려 작가 자신을 돕는 손길을 만나기도 하고 아라라기 라는 문학동인지에 적극적으로 단가(짧은 시)를 투고하며 관련된 많은 친구들을 얻게 된다든지...
그녀의 삶은 정말 눌라움의 연속이다.
그리고....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슬펐던 것은 그녀를 깨끗한 순수함으로 사랑했던 마에카와 다다시의 죽음이었다.
이 남자 마에카와 다다시도 폐결핵으로 같은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던 환자이다.
그는 작가가 자신의 병을 비관하여 염세주의에 빠져 있는 것을 걱정해 성경을 읽어주며 기독교 신앙을 전해 주었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져 도저히 떨어질수 없는 사이가 되자 자신의 병을 치료하고 남자로서 자신의 여자를 온전하게 부양하기 위해 늑골을 8개나 잘라내는 위험한 수술을 받게 된다.
너무나도 담담하게 수술이 마쳐졌기에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물론 죽는것은 알고 있었다 )
마에카와 다다시는 결핵이 온전히 치료되지 못했고 점점 쇠약해져 가다 결국 엽서한장 쓸 힘도 없이 죽고 만다.
너무 슬펐던 것은 작가는 척추에 퍼진 카리에스( 뼈에 퍼지는 결핵 ) 때문에 사랑하는 이의 장래식조차 가볼 수 없는 몸이었다는 것이다. ( 기브스 침대에 온몸이 묶여 외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 )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반듯이 누워서 우는 것 밖에 없었다.
결국 작가는 마에카와 다다시의 유언대로 결핵을 극복하고 건강을 되찾아 작가로서 데뷔하고 그녀가 파킨슨병으로 사망하는 1999년 까지 150여편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그녀의 작품 '빙점' 은 노벨문학상을 받는 대 업적을 이룩하게 된다.
역시 큰 나무는 수없는 고난과 뿌리채 뽑힐듯 불어오는 강풍으로 만들어 지는 것인가?
무려 12년간의 병상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이 자전소설은 내가 지금껏 읽어본 어떤 책보다 가슴 깊이 진한 먹먹함을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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