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원죄에 이은 용서의 길[ 속 빙점 ]

by 염치없는한량 2024. 2. 11. 17:21

본문

1964년 빙점의 성공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미우라 이야코가 6년만에 내놓은 속 빙점.

1971년 작이다.

지방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며 틈틈히 글을 쓰던 미우라아야꼬는 1964년 아사히신문에 투고한 빙점의 성공으로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다.

빙점은 일본문학계에 신선한 센셔이션을 일으킨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빙점은 아시히 신문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소설의 후반부 주인공의 자살시도에 이르러서는 주인공을 살려달라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드라마로도 방영을 했을 정도로 빙점의 인기는 식을줄을 몰랐고 해방 이후 대한민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소개되고 판매된 일본 소설로 알려져 있다.
일본 문학을 배우기 위한 입문서 역할을 했다고 하니 한국 문학계에서의 빙점의 영향력을 가늠해 볼수 있었다.


처음 빙점을 읽었을때, 그렇게 까지 유명한 소설인지 알지못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빈틈없이 탄탄하게 짜여진 스토리와 등장인물들의 개성있고 선명한 캐릭터 설정 등이 이야기를 풍부하고 재미있게 만든다.

오래된 소설이라 시대상황이나 등장인물들과의 세대차이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음에도 인물의 심리 묘사가 너무나 잘되어있어서 60년의 시대차이가 느껴지지 않았고 등장인물들의 처한 상황이나 입장이 무난하게 이해 되었다.

전편인 빙점에서도 자주 느껴지기는 했는데 속편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느껴진 점이 있다.

바로 기독교적 구원론과 죄에 대한 고민이다.

전편에선 등장인물들을 통해 각자 입장은 다르지만 인간에겐 스스로 의식하던 의식하지 못하던 스스로의 힘으로는 죄라는 굴레를 벗어날 방법이 없음을 알려준다.

전편의 마무리가 자살시도를 통해 자신의 뿌리에 대한 죄과를 씻어내 버리려 했던 요코의 행동을 통해 죽음으로도 자신의 친부의 죄는 씻어지는게 아님을   깨닫게 된다.
또 주변 사람들 역시 요꼬의 자살시도로 인해 깨끗하다 자부했던 자신들의 추악한 면이 밝혀지며 자신들의 죄가 너무컸음을 깨닫고 괴로워 한다.

흔히 자기 자신을 "법 없이도 살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허풍인 경우도 있지만 실재 그런 고매한 인격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빙점의 주인공 요꼬의 아버지 게이조 역시 주변 사람들로 부터 완벽한 인격과 성품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었지만 요꼬의 자살시도로 인해 늘 다른 사람들의 죄를 마음속으로 정죄하던 자신이 얼마나 추악한 죄를 저지른 인간인지 깨닫게 된다.


속 빙점을 읽기 전 "이렇게 망가진 결말에서 어떤식으로 글을 이어갈수 있을까"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작가 미우라 아야코는 용서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함으로서 자신의 무거운 죄로인해 끝없이 괴로워 하는 인간들에게 희망을 제시한다.

특히, 요코 같이 곧은 양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게 되면 끝없이 무너지는 법이다.

요코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나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끝없이 방황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보다 더 큰 죄의 짐을 지고서도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려 애쓰는 준코의 모습을 통해 용서만이 죄를 이길수 있는  힘 임을 깨닫고 자신의 친 어머니를 용서하게 된다.


빙점을 읽으며 생활 속에서 타인에게 조금이라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일본인들 특유의 결벽증을 느낄수 있었다.

약간의 실수만으로도 '스미마생'을 거듭하는 일본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결벽증 만으로는 본인들이 저지른 죄의 굴레를 벗어날수 없음을 이 책은 말해준다.

자신과 타인의 죄를 용서하고 인류를 초월한 존재인 신에게 용서 받음으로 비로소 죄짐에서 놓여 자유롭게 될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기독교 인구가 매우 소수인 일본에서 이러한 기독교적 철학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음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하지만 남에게 죄를 정죄 당하지 않기 위해 극단적인 결벽증에 시달리는 일본인들에게 오히려, 이 책은 가뭄에 내리는 단비 같은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우라 아야꼬의 자전 소설 [ 길은 여기에 ]  (2) 2025.03.12
기사단장 죽이기  (0) 2024.12.28
감각적인 판타지 로맨스[1Q84]  (5) 2024.02.03
젖어드는 애잔함[빙점]  (4) 2024.02.01

관련글 더보기